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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상

DTI 규제 과연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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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부동산 거래량 늘릴 묘책은? 과감한 규제 해제만이 매수세 살린다
| 기사입력 2012-03-28 10:30 
 

얼마 전 보도된 ‘국토해양부 4년의 성과와 반성’이란 보도 자료를 보면 “수도권 매매 시장의 안정을 위해 거래량을 15%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현재 거래량과 관련한 문제는 무엇이고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하는 거래량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고일’ 기준이다. 주택을 거래하면 일정 기간 안에 거래 당사자 또는 중개인이 거래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데, 바로 이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다.

이 통계의 장점은 신고일이 잔금일이 아니라 계약일 기준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따른 거래량 변화를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계약된 물량도 신고 시기에 따라 다른 시기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월 초에 계약된 물건이 두 건 있는데, 한 건은 계약 직후 신고했다면 1월 통계에 나오지만 다른 한 건은 3월 초에 신고했다면 두 달 후에나 통계에 잡히기 때문이다.

또 강남 3구의 경우 계약일부터 1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60일 이내에 해도 되므로 강남 3구와 기타 지역의 통계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빈도는 낮지만 계약 후 해지되는 물량도 통계에 잡히는 모순도 있다.

둘째는 ‘등기일’ 기준이다. 등기가 완료된 물량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방법이다. 장점은 통계 기준이 명확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집계 시기가 늦어 정책 반영 여부를 그때그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인용한 수치는 두 번째, 즉 등기일 기준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심각한 수준

현재의 거래 부진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6년간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7만7832건이다. 하지만 올 1월 거래량은 3만7051건으로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중 수도권의 거래량 감소는 더욱 심각해 ‘거래 실종’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서울은 2006년부터 2001년까지의 월평균 거래량이 9048건이었던데 비해 올 1월 거래량은 2959건으로 33%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도는 예년 거래량이 1만9575건인데 비해 1월 거래량은 7088건으로 36% 선에 그쳤다. 이런 거래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올 들어 거래량이 급감한 직접적인 이유는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가 작년 말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말까지 등기한 주택에 한해 1주택자는 1%, 다주택자는 2%의 낮은 취득·등록세를 적용했던 특례 조항이 끝났다. 이후 세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자 동시에 매수세도 급격히 약화됐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거래량을 늘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를 다시 적용해야 한다. 물론 취득·등록세는 중앙 정부 몫인 국세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몫인 지방세인 만큼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지자체도 거래량이 늘어나면 세율을 낮춰주더라도 그것이 이익이다. 당장 올 1월의 결과를 놓고 보면 취득·등록세율은 두 배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세금은 예년보다 적게 걷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금을 걷는 쪽에서는 세율도 높고 거래량도 많으면 좋겠지만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감히 세율을 낮춰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세수를 늘리는 길인 것이다.

예년이나 작년보다 올 들어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진 이유는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은 올해 1월 거래량이 예년 거래량의 33%에 불과한 반면 지방은 55%에 달한다. 지방도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 종료라는 악재가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수도권보다 사정이 나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권에는 있고 지방에는 없는 것, 바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때문이다.

매매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수도권의 아파트 값은 2.7% 하락한 반면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30.9%, 기타 지방은 28.5%나 올랐다. 지방 주택 시장은 펄펄 끓는데 수도권 주택 시장은 냉골인 이유는 바로 DTI 규제 때문이다. DTI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측은 “DTI 규제를 해제하면 가계 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과연 그럴까.

DTI 해제해도 가계 대출 늘지 않아

DTI 규제를 해제하면 당연히 매수자는 대출을 지금보다 더 받을 수 있다.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매수자가 있으면 매도자도 있는 법이다. 매도자도 당연히 주택 담보대출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도자가 집을 팔게 되면 잔금을 치르기 전이나 잔금을 치르는 동시에 주택 담보대출 전액을 갚아야 거래가 성사된다. 그러므로 DTI 규제가 해제돼 거래가 늘어나면 신규 대출도 늘지만 비슷한 규모로 대출 상환도 증가한다. 결국 전체적인 가계 부채 규모는 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대출이 전혀 없는 집을 매수자가 대출을 끼고 매수한다면 가계 부채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어렵다. 부동산 침체기에 집을 팔려는 사람은 대출을 많이 낀 사람일까, 아니면 대출이 없는 사람일까.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내리는 상황에서 매달 대출이자와 원금이 계속 나간다면 누구라도 집을 팔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소위 문제가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라는 사람들은 대출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들이 현재 주택 시장의 주요 매도 세력인 것이다.

결국 이들의 집을 누군가 사준다는 것은 이들이 가계 대출을 쉽게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가계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집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지역이라면 담보물의 가치가 과거보다 더 떨어졌으므로 신규 대출액이 기존 대출액보다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주택 담보대출 총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 때문이 아니다. 2011년 12월 한국은행이 조사한 가계 금융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을 받는 용도 중 17.7%만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생활 자금 마련이나 영세 사업자가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게 주된 대출 이유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두려워 DTI 규제를 해제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물론 DTI 규제를 완전히 해제한다면 주택을 담보로 생활 자금을 빌리려는 사람이 늘어나 가계 대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있다. 새로 주택을 취득하는 사람에게만 주택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기존 담보물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는다면 생활 자금이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결국 조건이 더 열악한 대부 업체나 사채시장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 대출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거래를 활성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다주택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거래량을 늘리겠다고 선언만 해서는 거래량이 늘지 않는다. 지금의 거래 부진이 매수세 위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매수를 늘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될 때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팔고 싶은 사람은 팔고, 사고 싶은 사람은 사는 시장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