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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상

웃프게 하는 현실...썩어가는 사회...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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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머니투데이에 실린 기사다. 아침에 모바일로 읽고나니 참 씁쓸하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에 블로그에 올려 본다. 정말 웃픈 현실... 우리 아이들한테는 뭐라고 가르쳐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가라고 해야 하는가.....

나는.....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둑뇌사·호두과자…우리를 '웃프게' 하는 것들

-이승형 사회부장

 

영화 ‘25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모리츠의 얼굴을 기억하시는지. 웃지도, 울지도 못하던 그 표정. 명배우 앤소니 퀸이 보여준, 시쳇말로 ‘웃픈’그 표정 하나가 영화의 여운을 깊게 남겼다.

도둑뇌사·호두과자…우리를 '웃프게' 하는 것들
우리의 현실 또한 그 표정과 닮았다. 웃픈 현실 말이다. 상식 선에는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 사건과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올해 유난히도 망측한 뉴스에 시달려왔다. 참으로 참기 힘든 건 ‘적반하장’식 뉴스들을 접해야 할 때였다. 가해자가 오히려 큰 소리 치고, 제보자나 피해자는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그런 뉴스들 말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고발하면 오히려 명예훼손의 덫을 씌워 고소하는 일쯤은 흔한 일이 됐다. 지나가던 행인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여성을 제몸 다쳐가며 구해줘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는 중학생을 꿀밤 주며 나무라도 폭력 전과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웃픈 일들이 벌어진다. 그 어느 공간보다 평화로워야 할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잡았다는 이유로 징역을 면하기 어렵게 된 사연은 온라인상에‘정당방위’요령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를 뿌려 놓았다.

이제 불의를 보면 모른 척 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어느 누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싶겠는가. 제보자는 줄어들고, 피해자는 위축된다. 비리는 늘어나고, 사회는 점점 썩어간다.

우리 사회는 유독 가해자에게 관대한 편이다. 천인공노할 살인사건을 일으킨 흉악범의 얼굴을 우리는 마음 놓고 공개하지 못한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이로 인한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과연 우리가 가해자 인권과 명예 만큼이나 피해자의 그것을 존중해 왔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엊그제 또 하나의 ‘적반하장’ 뉴스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한 천안호두과자 업체가 보여준 ‘행위’ 때문이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 등에 업체를 비난하는 글을 남긴 누리꾼 150여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이 찍힌 상자에 호두과자 등을 담아 일부 고객들에게 제공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해당 호두과자 업체는 '어떤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닌,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낸 것'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이 업체는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노무현 대통령에게 욕한 적도 없지만 설령 욕을 했다고 해서 여러분이 저희를 욕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과는 일단 사태수습용으로 제가 한 겁니다만, 그마저도 이 시간부로 전부 다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비난이 더 계속되자 급기야 이 업체는 ‘법대로 하자’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사태수습용’ 사과가 진정성이 담긴 사과일까. 더욱이 그 어느 누구도 재미나 농담으로 타인을 조롱하고 비하할 권리는 없다. 자신의 명예가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명예 또한 소중한 것이다.

통상적인 경우 평범한 소시민들은 고소나 고발을 당하게 되면 위축되게 마련이다.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울 만큼 심적 압박을 받고, 번거로운 송사 준비를 해야 한다. 법을 잘 아는 이들은 이런 점을 노린다. 우리 시대 '고소왕'들은 그런 현실의 산물이다.

이로 인해 언젠가부터(아마도 그 유명했던 '미네르바' 사건 이후) 우리는 부당하고 부정한 것에 대한 비판을 할 때, 공익을 위한 일을 할 때 그에 따른 법적 다툼을 감안해야 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제보자와 피해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 점점 커져만 간다. 앤서니 퀸의 웃픈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요즘이다.